
기억할 수 있을 때 해야 할 일
80대 노인이 된 한필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젊은이들과 소통을 즐기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었던 필주가 오래도록 계획해 온 복수가 있는데 아내가 죽고 나자 이제 그 복수극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필주 본인이 알츠하이머 환자이기에 기억이 자꾸 사라지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기억을 잃는 것을 경험하며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복수극을 실행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료 인규에게 운전을 부탁합니다. 뜬금없는 부탁에 어디를 가는지도 모른 채 운전석에 앉은 인규는 필주가 가자는 대로 운전을 시작합니다. 80대 노인과 20대 젊은이가 함께 빨간 포르셰를 타고 도시를 질주하는 장면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장면인 듯합니다. 평소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장난치며 브로라고 부르던 사이였던 인규는 필주가 조금 변한 것을 느끼지만 하자는 대로 따라줍니다. 어리둥절했던 인규는 살인사건이 터진 병원 안 CCTV에 자신의 모습이 찍힌 것을 뉴스에서 보게 되고 불안에 떨며 필주를 원망하기 시작합니다. 필주는 계속해서 남은 인물들을 제거하러 다음 장소로 옮겨 가자고 부탁인지 지시인지 모를 요청을 합니다. 필주가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인규는 경찰서로 직행하지만 신고를 하면 본인의 상황도 난처해진다는 것을 알고는 차를 돌립니다. 그리고 인규의 도움으로 필주의 복수극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합니다.
복수에 찬성하다
일제강점기에 필주의 가족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이 모든 복수극의 시발점입니다. 어린 남자아이로썬 가족들이 친일파들에게 당하는 일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과거를 잊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두고 평생을 살아온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친일파였던 당사자들은 처벌을 받기는커녕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리에 올라가 있습니다. 이들을 60여 년의 세월 동안 진즉 처단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행여 피해가 갈까 봐 때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복수극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야 제대로 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필주의 철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필주는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이 잦아짐을 느끼며 복수에 대한 기억도 사라질까 봐 손가락에 복수할 대상들의 이름을 새겨놓습니다. 필주가 복수할 대상을 한 명씩 제거해 나갈 때마다 보는 이들도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잘못에 대한 처벌은 받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암암리에 그들을 그냥 눈감아준 것에 대한 부조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적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역사가 왜곡되고 잘못 전해져 오는 것에 대해서 함께 분노하며 필주의 복수극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질 것입니다.
상처 준 자는 용서를 구해야
어떠한 살인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 영화 속 복수극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동의를 얻은 듯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필주를 보는 내내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아픔을 함께 공감하게 되고 역사적 죄인들에게 복수를 하며 처벌하는 것도 동의할 것입니다. 역사적 수치를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합리화를 하며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겠지만 자신이 아픔을 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다 찾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런 양심 없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되돌아보고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깊은 상처를 지니고 평생을 살아온 피해자들도 그 상처의 깊이가 조금은 얕아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해자는 기억을 못 하지만 피해자는 평생 기억하는 것이 상처일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배려가 있다면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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