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맨발의 꿈 희망이 없는 땅에서 일어난 기적

이지마찌 2022. 12. 2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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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2010), 씨네21

아이들 상대로 사기 치려는 건가

사기꾼 같이 생긴 청년 원광이 인생의 벼락 끝에 몰려 도착한 곳은 동티모르입니다. 겉모습과 말투만 봐서는 그냥 어디서 사기 치다가 쫓겨온 사람 같지만 이래 봬도 전직은 촉망받던 축구스타였습니다. 동정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에겐 동티모르 땅은 오직 자신이 재개할 기회의 땅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공항 앞에서 구걸하는 아이들도 그의 안중에는 없는 듯합니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그에게 커피장사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잔뜩 희망에 부풀어 있는 그에게 대사관 직원이 이 또한 사기임을 알려줍니다. 망연자실하며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흙바닥에서 맨발로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이 아이들을 보며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차린 것은 축구용품 가게입니다. 하지만 동티모르 사람들의 형편에 쉽게 축구용품을 사러 오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떻게든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원광은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선물로 주는 듯하더니 하루에 1달러씩 가져오라며 반강제로 할부 계약을 맺습니다. 아이들은 축구화를 받고 어리둥절하면서도 생전 처음 신어보는 축구화를 애지중지하며 챙깁니다. 하지만 매일 1달러씩 가져오는 건 원광의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결국 축구화를 반납하게 되고 원광도 자포자기 지경에 이릅니다. 그런 원광에게 승부욕을 자극시키는 사건이 터집니다. 동네 어른들이 운동장을 차지해버려서 아이들이 축구할 곳이 없어진 것입니다. 원광은 알 수 없는 사명감을 느끼며 아이들을 데리고 축구팀을 만들고는 시비를 걸어온 사람에게 시합을 자청합니다. 돼지내기 시합에서 진 원광과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좌절해있는 원광을 찾아온 건 축구팀의 일원이었던 아이였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하나둘씩 모여서 뺏긴 돼지를 다시 찾아오자는 일념하에 축구연습을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축구실력을 쌓아가고 일본에서 열리는 유소년 축구대회까지 나가게 됩니다. 

식민지에서 독립국이 되기까지

동티모르는 식민지로 지낸 역사가 아주 깁니다. 16세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어 400년 동안 지배를 받았고 1975년엔 인도네시아의 식민지가 되어 25년간 지배를 받았습니다. 2002년에 독립을 했지만 그때까지 내전으로 인해 20만 명이 넘는 생명이 희생당했고 그 숫자는 동티모르 전체 인구의 1/4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픔이 가득한 땅에 특별한 마음을 품고 찾아가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한 사람은 무명 축구선수였던 김신환 감독입니다. 처음부터 축구를 가르치러 동티모르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동티모르 아이들이 맨발로 공을 차는 모습을 보고는 아무런 대가 없이 축구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동티모르에서 유소년 축구단을 결성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국제 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해 냅니다.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어 보이는 척박한 땅에서 한 사람의 열정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동티모르 아이들은 김신환 감독의 사랑에 보답하듯 월드컵 때마다 여전히 한국을 응원하며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영향력

사람이 가장 빛이 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도 꼭 필요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땅에서는 아무도 몰라주는 그저 무명에 지나지 않는 축구선수였지만 동티모르에서는 영웅처럼 귀한 존재가 된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에서는 사기꾼 같은 인물이 아이들과 조금씩 정들어가는 모습으로 그렸지만 실제 인물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가득하여 그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고자 그 땅으로 떠났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무모한 도전 같은 이야기가 실화였다니 감동의 여운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나는 내가 서있는 곳에서 어떤 영향력을 흘려보낼 수 있을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랜 기간의 식민지 생활과 내전으로 인해 상처만 남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준 김신환 감독은 영원히 그 땅에서 위인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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